문현선 플로리스트 아카데미 학생들의 세상은 지금부터입니다.

"우리는 왜 여기까지 와야 했을까?"

2013년 첫 번째 국제 전시회를 시작할 때만 해도 저는 잘 몰랐습니다.

왜 독일까지 가야 하는지,

왜 이렇게 먼 길을 선택해야 했는지,

왜 익숙한 국내 무대가 아닌 낯선 유럽이어야 했는지.

그저 막연한 꿈 하나로 시작한 전시회였습니다.

"우리도 할 수 있다"는 마음,

"한국 플로리스트의 실력을 보여주고 싶다"는 자존심.

그 단순하고 뜨거운 마음 하나였습니다.

그 마음 하나면 충분하다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전시를 하나씩 해나갈수록,

학생들과 유럽 현장을 함께 밟을수록,

해외 관객들의 반응을 직접 마주할수록

조금씩 생각이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12년이 흐른 지금에서야 우리가 왜 이 먼 길을 걸어왔는지,

왜 그토록 애써 국경을 넘고 무대를 만들어 왔는지

그 이유를 이제야 알 것도 같습니다.

☞ 글의 목차

나를 증명하려 했던 시간들

진심이 통하는 순간들

세상에 보여주고 싶었던 단 하나

존재의 증명

끝까지 해내고 싶었습니다

학생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세상

우리가 만들어낸 진짜 무대

문현선 플로리스트 아카데미 학생들의 세상은 지금부터입니다.

나를 증명하려 했던 시간들

처음엔 문현선 플로리스트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문현선 플로리스트 아카데미가 어떤 교육을 해왔는지,

우리가 가진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자존심도 있었고, 증명하고 싶은 마음도 컸습니다.

“우리도 이 정도는 할 수 있다”고,

한국 플로리스트도 국제 무대에서 충분히 통할 수 있다는 걸 온 세상에 알리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매번 전시를 준비하고, 무대에 서고, 결과를 마주하면서

조금씩 다른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관객들이 작품을 바라보는 진지한 눈빛,

"정말 아름답다"며 감탄하는 소리.

무엇보다 함께 간 학생들이

그 순간 얼마나 빛나고 있는지.

그때 깨달았습니다.

"내가 정말 하고 싶었던 일은

우리 학생들에게 이런 세상이 있다는 걸 보여주는 일이었구나."

그 무대를 진짜로 보여주고 싶은 사람은,

이 길을 함께 걸어온 우리 학생들이었습니다.

진심이 통하는 순간들

2013년 독일에서 처음 무대를 올리고,

2014년과 2015년 유럽 무대에 연이어 도전하며,

2019년 BUGA에서 금메달을 받았고,

2023년 만하임에서는 열광적인 환호를 받았으며,

2024년 뒤셀부르크에서는 “당신이기에 가능한 작품”이라는

12년 만의 가장 듣고 싶었던 말을 들었습니다.

그런데 그보다 더 소중했던 건,

처음엔 떨리고 불안해하던 학생들이

전시를 거듭할수록 하나둘씩 자신감을 찾아가고,

무대 위에 얼마나 자랑스럽고 당당하게 서 있었는지를

곁에서 지켜볼 수 있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그 순간들이 왜 그렇게 특별했는지,

이제는 분명히 알 것 같습니다.

"진심이 통했구나.

우리의 정성과 열정이 온전히 전해졌구나."

언어가 달라도, 문화가 달라도,

꽃을 향한 진심만큼은 국경을 넘을 수 있다는 것.

그 진심이야말로 우리의 가장 큰 힘이라는 것.

그리고 그 진심을 가장 순수하게 품고 있는 이들이,

바로 지금 이 길을 걷고 있는 우리 학생들이라는 것도요.

세상에 보여주고 싶었던 단 하나

결국, 우리가 세상에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화려한 기술도, 거창한 이론도 아니었습니다.

한국의 작은 학원에서 자란 학생들이

얼마나 진심으로 꽃을 사랑하는지,

얼마나 간절하게 작품을 만들어내는지,

얼마나 뜨겁게 자신의 꿈을 키워가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그 순수한 마음.

그 마음이 피워낸 작품들.

우리는, 그것 하나면 충분하다고 믿었습니다.

존재의 증명

“아티스트와 함께 사진을 찍어도 될까요?”

“이런 작품을 전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당신이기에 가능한 작품입니다.”

우리는 한국 디자인 플로리스트의 존재를.

우리 학생들의 가능성을.

우리가 해낼 수 있는 일들을 스스로 증명했습니다.

이제는 더 이상 말하지 않아도 됩니다.

우리의 작품이 말하고 있고,

우리의 무대가 증명하고 있으며,

무대 위에 선 우리 학생들이야말로 그 모든 것을 증명하는 가장 분명한 존재라는걸.

끝까지 해내고 싶었습니다.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들이 얼마나 많았는지 모릅니다.

코로나로 모든 전시가 멈춰버린 4년,

국경을 넘는 물류의 한계,

설치 일정의 잦은 변경, 갑작스러운 날씨 변화,

학생들이 정성껏 준비한 구조물이 무대에서 손상되었을 때의 절망감까지.

"이번만큼은 포기해도 괜찮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머릿속을 수없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모든 책임은 내가 져야 한다"는

교육자로서의 무게가 가장 무거웠습니다.

하지만 끝까지 해내고 싶었습니다.

우리 학생들에게

‘포기’라는 단어를 교육의 이름으로 가르치고 싶지 않았습니다.

"선생님도 끝까지 해냈으니까, 너희도 할 수 있어."

그 한마디를 해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학생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세상

그때 깨달았습니다.

제가 정말 세상에 보여주고 싶었던 건,

제 실력이나 성과가 아니라,

우리 학생들이 받아야 할 대우였다는 것을.

“아티스트”라는 호칭,

작품에 환호하는 관객들,

"당신이라서 이 작품이 가능하다"고 인정해 주는 사람들.

존중받고, 인정받는 그 경험.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우리 학생들이 마땅히 받아야 할 존중,

우리 학생들이 서야 할 진짜 무대,

우리 학생들이 들어야 할 진심 어린 박수.

그 장면들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그 자리에 우리 학생들이 서 있는 모습을,

누구보다 당당하게 빛나는 그 순간을 꼭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우리가 만들어낸 진짜 무대

12년간의 국제 플로리스트 전시회는 결국 이것을 위한 것이었습니다.

우리 학생들에게 이런 세상이 존재한다는 것을,

그 무대는 여러분을 위해 준비된 자리라는 것을.

그 누구보다도 당당히,

자랑스럽게,

그 중심에 설 자격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였습니다.

여러분의 작품에 환호하는 사람들,

여러분을 아티스트라고 부르는 사람들,

"당신이라서 가능한 작품"이라고 말하는 사람들.

그 세상이 바로 여기 있습니다.

우리가 12년 동안 한 걸음씩 만들어온 이 세상이.

문현선 플로리스트 아카데미 학생들의 세상은 지금부터입니다.

지금까지는 모두 준비 과정이었습니다.

수업도, 연습도, 전시회도

모두 여러분의 '진짜 무대'를 위한 준비였습니다.

여러분이 배운 기술,

여러분이 쌓은 경험,

여러분이 키운 실력,

여러분이 가진 열정.

이제 여러분 앞에는 무한한 가능성이 펼쳐져 있습니다.

여러분을 기다리는 세상이 있습니다.

여러분의 작품을 원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여러분의 재능을 필요로 하는 곳들이 있습니다.

12년 동안 우리가 그랬던 것처럼, 이제는 여러분이 증명할 차례입니다.

여러분의 진짜 이야기는 지금부터 시작입니다.

여러분의 진짜 무대는 이제부터입니다.

여러분의 진짜 세상은 바로 지금부터입니다.

문현선 플로리스트 아카데미 학생들의 세상은 지금부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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